손해배상 청구소송, 이기려면 어떤 증거가 필요할까?

by 방수란

안녕하세요.
13년 차 변호사 방수란입니다.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상담하다 보면 이런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증거는 확실합니다. 그러면 소송하면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실제 손해배상소송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잘못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잘못 때문에 나에게 어떤 손해가 발생했고 그 손해가 얼마인지까지 연결해서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손해배상 사건을 검토할 때 그래서 ‘상대방이 얼마나 잘못했는가’만큼 ‘손해를 무엇으로 증명할 것인가’를 중요하게 봅니다.

우선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 법적 근거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과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요건은 청구원인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손해배상 사건의 입증책임을 하나의 공식처럼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실제 소송에서는 크게 보면,
①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 사실
② 실제 손해의 발생
③ 상대방의 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④ 배상을 요구하는 구체적인 손해액

을 증거와 함께 주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채무불이행의 경우 손해배상의 범위도 따져봐야 합니다.
민법 제393조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원칙적으로 통상의 손해를 한도로 하고, 특별한 사정으로 발생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 배상책임을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어디까지 상대방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손해인가’까지 검토해야 하는 것입니다.

2. 어떤 증거를 준비해야 할까요?

제가 손해배상 사건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증거의 개수보다 증거와 입증하려는 사실의 연결입니다.

예를 들어 계약위반으로 5,000만 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고 해보겠습니다.
계약서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5,000만 원의 손해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의 내용은 계약서, 상대방의 의무 위반 과정은 문자·카카오톡·이메일·녹취, 실제 지출한 비용은 계좌이체 내역·세금계산서·영수증, 영업상 손실이라면 매출자료·회계자료·거래자료 등으로 각각 연결해서 증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소송을 준비할 때는 단순히 관련 자료를 전부 모으기보다,
“이 증거로 어떤 사실을 증명할 것인가?”를 하나씩 정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재판에서는 이 작업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3. 그런데 손해액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다면?

여기서 많은 분이 어려움을 겪습니다.
손해가 발생한 것은 분명한데 정확히 얼마인지 계산하기 어려운 사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는 중요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구체적인 손해액을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종합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법리를 여러 차례 확인했습니다.

2020년 대법원은 설계도면 하자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손해액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과 증명이 미흡하더라도 법원이 적극적으로 증명을 촉구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손해액을 심리·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2024년 대법원도 재산적 손해 발생은 인정되지만 구체적인 액수를 증명하기 곤란한 경우 간접사실 등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정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4. 그렇다면 손해액을 제대로 입증하지 않아도 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부분이 실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는 원고가 손해액에 관한 증거를 준비하지 않아도 법원이 알아서 적당한 금액을 정해준다는 규정이 아닙니다.

법원 역시 손해액을 정할 때 아무런 근거 없이 금액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증거조사의 결과와 변론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사정을 기초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저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할 때,
입증할 수 있는 손해는 최대한 객관적인 자료로 계산하고, 손해의 성질상 정확한 산정이 어려운 부분은 그 이유와 손해액을 추정할 수 있는 간접자료까지 제출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5. 손해배상소송에서 제가 먼저 확인하는 것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한다면 청구금액부터 정하기 전에 다음 질문을 먼저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슨 근거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정확히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가?”
“그 손해가 상대방의 행위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각 손해액을 어떤 자료로 계산할 것인가?”

13년간 여러 민사·기업 분쟁을 다루면서 느낀 점은, 손해배상소송은 결국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주장과 ‘그래서 내가 이만큼의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증거로 연결하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사실만으로 청구금액 전부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손해액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산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처음부터 손해배상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손해가 발생했고, 이를 어디까지 증명할 수 있으며, 증명이 어려운 부분을 어떤 객관적·간접적 자료로 보완할 것인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한다면 바로 이 부분부터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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