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경쟁방지법, 경쟁사가 우리 제품 디자인을 따라 했다면?

by 방수란

안녕하세요.
13년 차 변호사 방수란입니다.
제품 하나를 시장에 내놓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죠.
그런데 어렵게 제품을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쟁업체에서 외관이 매우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상황에서 사업주분들이 의외로 먼저 포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디자인권 등록을 하지 않았으니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아닌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등록된 디자인권이 없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상품의 형태 자체를 보호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두 제품이 닮았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오늘은 실제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어떤 디자인이 부정경쟁방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디자인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은 제품 디자인을 바라보는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디자인권은 기본적으로 출원과 등록이라는 절차를 거쳐 권리를 취득합니다.

반면 부정경쟁방지법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별도의 디자인등록이 없더라도 타인이 제작한 상품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대여하거나 이를 위한 전시 또는 수출입하는 행위 등을 규제합니다.

여기서 상품형태에는 상품의 형상이나 모양뿐 아니라 색채, 광택 및 이들이 결합된 외관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에서 말하는 ‘모방’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비슷하다’는 표현은 구별해야 합니다.

제품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어떤 부분이 독자적인 특징인지, 경쟁업체가 그 부분까지 가져갔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또한 법에서 정한 기간이 지났거나 동종 상품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형태라면 상품형태 모방 규정에 의한 보호가 제한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디자인등록이 없다 → 보호받을 수 없다”는 식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고, 부정경쟁방지법의 요건을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2. 두 상품이 닮았다고 곧바로 부정경쟁행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디자인 모방 사건을 검토할 때 중요하게 보는 부분 중 하나는 ‘공통점이 무엇인가’보다그 공통점이 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특징인가’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생활용품의 손잡이가 둥글다고 생각해 볼게요.
동종 제품 대부분이 기능적인 이유로 둥근 손잡이를 사용하고 있다면, 경쟁업체 역시 비슷한 손잡이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독점적으로 보호하기는 어려워요.

반대로 기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면서 기존 제품들과 명확하게 구별되는 독특한 외관을 만들었고 상대방이 그 특징들을 그대로 채택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죠.

그래서 실제 분쟁에서는 원고와 피고 제품만 비교해서는 부족합니다.
분쟁이 발생하기 전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던 동종 제품까지 조사해야 해요.

기존 제품들을 함께 비교해야 무엇이 업계에서 흔한 요소이고 무엇이 원고 제품만의 차별적인 요소인지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부분이 상품형태 모방 사건에서 상당히 중요한 실무 포인트입니다!

3. 대법원 판례로 보는 상품 디자인 모방의 기준

① 아이디어만 비슷한 경우 – 벌집채꿀 아이스크림 사건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40454 판결)
소프트아이스크림 위에 벌집채꿀을 올려 판매한 제품의 형태가 문제가 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보호되는 상품형태와 단순한 아이디어를 구별했어요.
상품의 형태라고 인정되려면 수요자가 상품의 외관 자체를 보고 특정 상품임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형태적 특이성과 정형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취지이죠.

그런데 아이스크림 위에 올라가는 벌집채꿀의 크기나 형태, 배치 등이 제품마다 달라질 수 있다면 일정하게 정형화된 상품 외관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좋은 아이디어를 먼저 생각했다고 해서 그 아이디어 자체를 독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제품의 콘셉트를 가져갔다는 주장과 구체적인 상품형태를 모방했다는 주장은 구별해야 해요.

② 기능 때문에 필요한 형태 – 휴대용 소화기 사건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216758 판결)
이 사건에서는 쌍구형 휴대용 소화기의 외관이 문제됐어요.

대법원은 동종 상품에서 일반적으로 채택되는 형태와 기능·효용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형태 등을 상품형태 모방 규정으로 독점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했습니다.

이 판례는 제품 모방 사건에서 시장조사가 중요한 이유를 잘 보여줍니다.
내 제품이 처음 보기에 독특하다고 생각되더라도 실제로 과거 제품들을 조사해 보면 이미 비슷한 구조가 반복적으로 사용된 경우가 있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소송을 준비할 때는 상대방 상품과의 유사성뿐 아니라 선행 제품과 비교해 우리 제품에 어떤 독자적인 특징이 존재하는지를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어요!

③ 조금 바꿨다고 항상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 에르메스 눈알가방 사건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다217847 판결)
이른바 ‘에르메스 눈알가방 사건’도 디자인 분쟁에서 살펴볼 만한 판례예요.
에르메스의 켈리백·버킨백과 유사한 형태에 눈알 모양의 도안을 결합한 제품을 판매한 사건인데요.

대법원은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타인의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이용했는지를 살펴 부정경쟁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했어요.

상품형태 모방에 관한 개별 규정만이 아니라 성과도용에 관한 규정까지 디자인 분쟁에서 검토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따라서 원제품과 몇 가지 차이점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항상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요!

4. 모방제품을 발견했다면 내용증명부터 보내야 할까요?

저는 먼저 증거 확보가 우선이라고 말씀드려요.
상대방에게 항의한 뒤 제품이나 판매페이지가 삭제되면 오히려 기존 판매 형태와 시점을 입증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죠.

우선 상대방의 상품페이지, 제품사진, 판매가격, 판매자 정보, 리뷰와 판매 흔적 등을 보존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시에 내 제품에 대해서도 초기 스케치, 디자인 파일, 파일 생성·수정 기록, 시제품 사진, 제조업체와의 대화, 발주내역, 최초 생산·판매시점을 보여주는 자료, 광고 및 SNS 게시물 등을 정리해 두어야 해요!

특히 부정경쟁방지법상 상품형태 모방에는 법이 정한 시간적 제한도 존재하므로 언제 상품형태가 갖추어졌는지를 확인하는 작업도 중요합니다.

상황이 급하다면 본안소송을 기다리지 않고 부정경쟁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

5. 디자인 모방 사건에서 제가 중요하게 보는 한 가지

사업주 입장에서는
“누가 봐도 똑같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송에서는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합니다.
우리 제품의 어떤 부분이 보호받을 수 있는 특징이고, 상대방은 그중 정확히 무엇을 가져갔는가?
이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디자인등록이 없다고 바로 대응을 포기할 필요도 없지만, 반대로 제품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상품형태 모방 규정이 적용되는지, 성과도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지, 별도의 디자인권·상표권 등은 존재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제품 디자인 분쟁은 결국 ‘닮았는지’를 주장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호받을 특징과 모방된 부분을 객관적인 자료로 특정하고 입증하는 과정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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