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3년 차 기업법무 전문 변호사 방수란입니다.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 경쟁사의 제품을 보고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은 대개 비슷합니다.
“우리 특허와 거의 똑같은데, 특허침해소송을 하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요?”
반대로 경고장을 받은 기업에서는 이렇게 묻습니다.
“조금이라도 다르면 특허침해가 아닌 것 아닌가요?”
둘 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특허침해소송에서 법원이 보는 핵심은 제품 전체가 얼마나 비슷해 보이는지가 아니라,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기술적 구성과 상대방 제품 또는 방법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입니다.
따라서 특허침해소송은 소장을 먼저 쓰는 사건이 아니라, 청구항을 먼저 분해하는 사건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특허법 제97조는 특허발명의 보호범위가 청구범위에 적혀 있는 사항에 의하여 정하여진다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등록특허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상대방의 제품이 침해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먼저 독립항을 구성요소별로 나누고,
① 상대방 제품이 각각의 구성요소를 모두 포함하는지
② 표현은 다르지만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술인지
③ 해당 특허에 무효사유는 없는지
순서로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청구항의 구성요소 중 하나라도 빠져 있다면 원칙적인 문언침해 판단에서 중요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특허침해 사건을 검토할 때 제품 사진 몇 장만 놓고 ‘비슷하다, 다르다’를 판단하기보다 청구항별 Claim Chart를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특허침해소송의 핵심은 제품의 외관상 유사성이 아니라 특허청구항과 침해제품의 기술적 구성을 1:1로 대응시키는 데 있습니다.
2. 구성 하나가 다르면 무조건 침해가 아닐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균등침해입니다.
상대방이 청구항의 일부 구성을 문자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다면 특허권의 보호범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양 발명에서 과제해결원리가 동일하고, 치환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작용효과를 나타내며,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치환할 수 있는 경우 등에는 균등관계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변경된 기술이 이미 공지된 기술이거나 출원 과정에서 특허권자가 의식적으로 보호범위에서 제외한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상대방이 일부 부품이나 공정을 변경했다고 해서 곧바로 특허침해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특허침해소송에서는 문언침해 검토에서 끝내지 않고 균등침해 가능성까지 함께 분석해야 합니다.
3. 특허권자에게도 반드시 확인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특허침해소송에서 특히 중요하게 보는 부분입니다.
상대방의 침해 여부를 보기 전에 내 특허가 공격받았을 때 버틸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특허권자가 침해소송을 제기하면 피고는 단순히
“우리는 침해하지 않았다”고만 대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행기술을 찾아 특허의 신규성·진보성 등을 공격하고 필요한 경우 특허무효심판을 함께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원고 입장에서는 소송 전에 반드시 선행기술을 다시 조사하고, 출원 과정에서 제출한 의견서·보정서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균등침해를 주장하려는 사건에서는 출원 과정에서 특정 구성을 의도적으로 제외했는지가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출원경과 분석도 중요합니다.
특허가 등록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효성 검토를 생략하고 바로 소송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4. 특허침해가 인정되면 무엇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특허권자는 특허법 제126조에 따라 침해자에게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침해품의 폐기, 침해행위에 제공된 설비의 제거 등 침해 예방에 필요한 조치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손해가 발생했다면 손해배상도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특허침해 사건에서는 실제 손해를 정확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허법 제128조가 손해액 산정을 위한 여러 특칙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송을 준비한다면 침해 여부만큼이나 판매수량, 매출액, 이익, 실시료율 등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처음부터 전략에 포함해야 합니다.
고의적인 특허침해의 경우에는 현행 특허법상 손해로 인정된 금액을 초과하여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 제도도 있으므로 침해 경위 역시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5. 결국 승패는 소송 전에 상당 부분 결정됩니다
13년간 소송을 수행하면서 느끼는 것은 기술소송일수록 소장을 얼마나 공격적으로 쓰느냐보다 소송 전에 얼마나 정확하게 분석했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특허침해가 의심된다면 최소한 다음 자료는 먼저 확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등록특허의 청구범위·명세서·도면과 출원경과
-상대방 제품의 실물, 설명서, 카탈로그 및 판매자료
-제품 구입내역과 판매 사실을 확인할 자료
-청구항 구성요소별 침해분석표
-선행기술 및 특허 무효 가능성에 관한 자료
-매출·판매수량 등 손해액 산정과 관련된 자료
특히 상대방에게 경고장을 먼저 보내려 한다면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침해 여부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의 거래처 등에 침해 사실을 단정적으로 알리는 방식은 별도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검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허침해소송의 출발점은 “우리 기술을 베꼈는가”가 아닙니다.
“우리 특허의 각 청구항이 무엇을 보호하고 있으며, 상대방 제품이 그 구성요소를 실제로 실시하고 있는가”를 증거로 설명할 수 있는가가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원고라면 여기에 한 가지 질문을 더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우리 특허의 유효성을 공격하더라도 이 특허를 지킬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충분히 준비한 뒤 소송을 시작하는 것이 특허침해소송에서 불필요한 비용과 위험을 줄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