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식재산권, 특허 없어도 보호받을 수 있을까? 13년 차 변호사가 알려드립니다

by 방수란

안녕하세요.
13년 차 기업법무 변호사 방수란입니다.

최근 기업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특허를 내지 않았는데 경쟁사가 우리 기술을 따라 했습니다. 이제 보호받을 방법이 없는 건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특허가 없다는 사실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죠.

특히 AI, 소프트웨어, 데이터베이스처럼 기존의 특허권이나 저작권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자산이 늘어나면서 ‘신지식재산권’ 이라는 개념도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다만 여기서 가장 먼저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신지식재산권은 하나의 독립된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신지식재산권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산업구조의 변화로 새롭게 등장하여 보호 필요성이 커진 지식재산을 포괄적으로 부르는 개념이에요.

전통적인 지식재산권에는 특허권·상표권·디자인권과 같은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이 이 있죠.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 분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경제적 자산들이 등장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 반도체 배치설계, 영업비밀, 생명공학기술 등 이 신지식재산권의 영역에서 논의되어 왔어요.

최근에는 AI의 발전으로 저작물의 AI 학습이나 AI를 활용한 결과물의 보호 문제까지 중요한 지식재산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도 2025년 생성형 AI 관련 저작권 분쟁 예방 및 등록 안내서를 마련했어요,

2. 가장 중요한 것은 ‘무슨 권리인가’보다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입니다

제가 신지식재산권 관련 상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인데요.

예를 들어 A회사가 오랜 기간 비용을 들여 독자적인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구축했다고 해보겠습니다.
경쟁업체가 이를 무단으로 이용했다면 단순히
“우리 회사 신지식재산권을 침해했습니다.”
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먼저 보호하려는 대상이 정확히 무엇인지 특정해야 하죠.
프로그램의 표현 자체가 문제라면 저작권이 쟁점이 될 수 있고, 기술적 아이디어가 특허요건을 갖추었다면 특허법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회사가 관리해 온 핵심 기술정보라면 영업비밀 보호를 검토해야 할 수도 있고요.

데이터베이스 역시 그 구성이나 제작·이용 형태에 따라 저작권법상 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
신지식재산권 → 하나의 법률 적용
이라는 구조가 아니라,
보호대상 특정 → 적용 가능한 권리 검토 → 보호요건 판단 → 침해 여부 판단
순서로 접근해야 합니다.

실제로 신지식재산의 특성상 하나의 대상에 여러 지식재산 제도가 중첩될 가능성도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습니다.

3. 그렇다면 등록하지 않은 기술도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경우에 따라 가능합니다.

이 부분에서 특허와 다른 제도를 구별해야 해요.
특허권은 원칙적으로 출원과 등록을 거쳐 권리가 발생하기 때문에 단순히 “내가 먼저 개발했다”는 사실만으로 특허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반면 모든 지식재산 보호가 등록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저작권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저작물을 창작하면 발생하는 권리이고, 영업비밀 역시 특허처럼 등록해야만 보호되는 제도는 아니에요.

반대로 반도체 배치설계권처럼 설정등록이 중요한 권리도 있습니다.
현재 지식재산처는 배치설계 그 자체뿐 아니라 해당 배치설계에 의해 제조된 반도체집적회로와 이를 이용한 최종제품까지 보호대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특허등록을 안 했으니 끝났다”거나 반대로 “우리가 먼저 만들었으니 무조건 보호된다”는 식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4. 기업에서는 ‘침해가 발생한 뒤’보다 그 전에 준비해야 합니다

13년 동안 기업 사건을 다루면서 느끼는 것은 지식재산 분쟁에서는 권리 자체만큼 증거가 중요하다는 점이에요.

분쟁이 발생하고 나서
“분명히 우리가 먼저 개발했습니다.”
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거든요.

누가 언제 개발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했는지, 외부에 공개되었는지, 누가 접근할 수 있었는지, 회사가 해당 정보를 어떻게 관리했는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기업이라면 평소부터 개발일지, 소스코드 이력, 계약서, 비밀유지약정(NDA), 접근권한 기록, 이메일, 회의자료 등 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겠죠.

특히 영업비밀 보호를 생각하고 있다면 회사가 해당 정보를 실제로 비밀로 관리해 왔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내부 보안체계를 단순한 행정절차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5. AI 시대에는 신지식재산권 분쟁이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AI가 등장하면서 이 문제는 더욱 어려워졌어요. 

예를 들어 AI 학습에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문제, 생성형 AI 결과물의 저작권 문제, AI를 이용해 기존 콘텐츠와 유사한 결과물을 제작하는 문제 등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거든요.

2026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생성형 AI의 저작물 학습과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관한 안내서까지 내놓을 정도로 AI와 지식재산권의 관계가 중요한 법적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AI라고 해서 곧바로 하나의 새로운 권리가 인정되는 것도 아니고, 기존 법률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고, 인간이 어느 정도 창작에 관여했으며, 기존 저작물이나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이용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하죠.

6. 신지식재산권 분쟁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3가지

정리하면 다음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첫째, 무엇을 보호하려는 것인지 특정해야 합니다.
아이디어인지, 기술인지, 프로그램인지, 데이터인지부터 명확해야 합니다.

둘째, 어떤 법률로 보호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특허법, 저작권법, 영업비밀 보호제도 등 적용 가능한 법적 수단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셋째, 이를 입증할 증거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개발 시점과 과정, 상대방의 접근 가능성, 이용 경위 등을 입증하지 못하면 좋은 기술을 가지고도 분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거든요.

결국 신지식재산권 문제의 핵심은 “신지식재산권에 해당하는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오히려
“우리 회사가 가진 이 자산을 현재 법체계 안에서 어떤 권리로 보호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훨씬 중요해요.

특허를 등록하지 않았다고 해서 처음부터 포기할 필요도 없지만, 단순히 먼저 개발했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기술이나 콘텐츠를 경쟁사가 모방한 상황이라면 먼저 보호대상을 정확히 특정하고, 적용 가능한 법률과 확보된 증거를 함께 검토하는 것 이 신지식재산권 분쟁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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