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 vs 기각
뉴스에서 정치인이나 기업의 소송 기사를 볼 때 “법원이 소를 각하했다” 혹은 “기각했다”라는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얼핏 보면 둘 다 “소송에서 졌다(패소)”는 의미 같지만, 법적으로는 그 이유와 성격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오늘 법률용어사전에서는 소송의 문턱과 본게임을 가르는 각하와 기각의 차이를 완벽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1. 각하(却下)
각하란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내용을 따져보지도 않고 소송을 종료하는 결정입니다.
– 의미: “당신은 재판을 받을 자격이나 요건이 안 됩니다. 돌아가세요.”
– 주요 사유:
소송을 제기할 기간(제소기간)이 지났을 때
소송을 걸 자격이 없는 사람(원고 적격 없음)이 소를 제기했을 때
이미 판결이 난 사건을 또다시 고소했을 때
즉, 억울한 사연(실체)이 아무리 있어도, 법의 문턱(절차)을 넘지 못해 ‘문전박대’를 당하는 것이 각하입니다.
2. 기각(棄却)
기각이란 소송의 요건은 갖추어 심리했으나, 따져보니 원고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고 종료하는 판결입니다.
– 의미: “심리는 해드렸는데, 증거를 보니 당신 주장이 맞지 않네요. 요구를 들어줄 수 없습니다.”
– 주요 사유:
증거가 불충분할 때
법리적으로 원고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을 때
즉, 판사님이 내용을 다 검토해 본 후 “이유 없다”고 선언하는 것이 기각입니다. 실무상 원고 패소 판결과 같습니다.
3. 왜 구별해야 할까요? (대응의 차이)
단순히 용어의 차이가 아니라, 이후 대응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구별해야 합니다.
– 각하를 당했다면: 형식적 요건이 문제였으므로, 미비한 요건을 보완하여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기간 도과 등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 기각을 당했다면: 이미 내용을 다투어 패소한 것이므로, 같은 내용으로 다시 소송을 걸 수 없습니다(일사부재리). 이 경우 상급 법원에 항소하여 다시 다투어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절차의 문제라면 [각하], 내용의 문제라면 [기각]입니다.
소송을 준비할 때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내 주장이 옳음에도 불구하고, 절차나 형식을 잘못 갖추어 ‘각하’되는 것입니다.
이는 싸워보지도 못하고 지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소송 초기 단계부터 소송 요건(당사자 적격, 관할, 기간 등)을 꼼꼼히 챙기는 것이 승소를 향한 첫걸음입니다.